한국 사람 중 25%가 자신의 키가 작다고 느낀다고 한다. 한때 󰡐롱다리󰡑의 열풍이 대단했었고 지금도 키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큰 키󰡑에 대한 열망은 실로 대단한 듯하다. 아마도 젊은 사람들 중 다리를 길게 보이게 하는 패션 노하우를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고 있는 󰡐키가 작다󰡑는 말은 왜소증 환자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선천적으로 1m7cm에서 1m40cm 정도의 키로 평생을 살아가는 왜소증 환자들에게는 키가 크고 작다는 개념은 왜소증 장애를 갖고 있냐 아니냐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장애인들이 그렇듯이 이들도 다른 비장애인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그들이 당당하게 사회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는 이들의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던 송해룡 교수이다. 단지 신체가 자라지 않을 뿐, 오히려 머리는 비장애인들보다 더 좋고 심성 또한 착한 사람들이라고 이들을 설명하는 송 교수.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이해해 주고 가족처럼 보살펴주는 송 교수를 󰡐천사󰡑라고 생각하는 한국 작은키 모임(Little People of Korea : LPK)회원들을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작은 나라 사람들 경상대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진료에 여념이 없는 송 교수는 발걸음이 무척 빨랐다. 걷는 중에도 끊임없이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기자도 잰걸음으로 송 교수를 쫓아가 병동에 당도했다. 그곳에서 기자는 하늘 나라의 요정들이 날개를 잠시 접어두고 있는 공간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송 교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반짝 반짝 빛났고, 동행한 기자에게 눈인사를 먼저 해오는 이들의 얼굴에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밝은 웃음이 있었다. 그들은 참 아름다워 보였다.
▲ 작은키 모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은 키에 대해 민감해요. 키로 인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적당한 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키가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소아정형외과를 전공하기 때문에 뼈가 기형으로 자라거나 키가 너무 작은 환자들을 많이 접하게 됐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왜소증은 유전이라 부모와 자식 모두 같은 신체구조로 자라게 되는 경우가 많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동안 왜소증 환자들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숨어살거나 취직을 못하고 서커스를 해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경우가 많았죠. 이런 환경 탓에 왜소증 환자들의 대부분은 생활보호대상자이고 의료보호환자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현실을 접하면서, 이들도 우리 사회에서 당당하게 한몫을 할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도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럴만한 충분한 능력도 있으니까요. 그러던 차에 미국에 작은키 모임(Little People of America : LPA)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작은 키로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의 왜소증 환자들의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작은키󰡑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미국 회원 1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게됐죠. 그들의 생활을 글로 접하면서 󰡐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분명 작은키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작은키󰡑에 대한 관심은 때마침 KBS 󰡐인간극장󰡑에서 왜소증 황씨 4형제를 보고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한국 작은키 모임(LPK)으로 확산됐죠.
▲ 모임 결성은 어떻게? 왜소증 환자들은 신체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 외에는 모든 부분이 정상이에요. 그런데 사회는 그들을 편견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그들의 성, 취업, 결혼 등에 대해 등한시하고 있죠. 그래서 사회가 그들의 영역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만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했죠. 제 바램은 이 모임에 지금보다 더 많은 회원들이 모여 서로의 생활에 대해 조언도 해주고, 협력해서 그들의 권리를 찾아나가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무한한 능력과 잠재력이 있어요.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평등하게 주자는 겁니다.
▲ 가장 어려운 점은? 현재 회원이 160명 있어요. 5천명 정도로 예상하는 왜소증 환자들 대부분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왜소증 환자들을 열심히 찾으면서 모임에 나오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자신의 자식을 외부로 노출시키는 것을 꺼려하는 부모도 있고 자신과 같은 외모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동료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또 한번의 좌절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밖으로 끌어내기가 제일 어렵죠.
LPK 장래를 함께 고민하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제4차 LPK 정기총회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시간, 송해룡 교수는 LPK 대학생 9명, 김현주(아주대병원 유전학 클리닉․LPK 후원회장)교수, 김송현(간디학교․LPK 고문)선생, 신수현(부산장애인 취업알선센터)회장과 토론시간을 가졌다. 한국일보 영자신문에서 일하고 최근에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서 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김송현 선생은 자신의 사회생활을 얘기하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었고, LPK 대학생 각자는 장래 희망과 꿈에 대해 얘기했다. 여러 번 취업의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을 보아온 김영웅(청강문화산업대학 컴퓨터게임학과 2학년)학생은 󰡒지금은 2학년 휴학중이지만 졸업을 한 뒤 4년제 대학을 편입하고 컴퓨터 관련 벤처회사를 차릴 생각󰡓이라며,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스스로 회사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과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바쁜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긴 발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표정은 하나같이 화난 사람처럼 굳어 있다. 그러나 짧은 다리로 바쁘게 발을 내딛는 󰡐작은키󰡑의 그들은 누구하나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생각났다. 요즈음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들. 신체적 키는 작지만 마음의 키는 비장애인들보다 오히려 더 큰 사람들이 아닐까.
작은 키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는 송해룡 교수
한국 사람 중 25%가 자신의 키가 작다고 느낀다고 한다. 한때 󰡐롱다리󰡑의 열풍이 대단했었고 지금도 키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큰 키󰡑에 대한 열망은 실로 대단한 듯하다. 아마도 젊은 사람들 중 다리를 길게 보이게 하는 패션 노하우를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고 있는 󰡐키가 작다󰡑는 말은 왜소증 환자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선천적으로 1m7cm에서 1m40cm 정도의 키로 평생을 살아가는 왜소증 환자들에게는 키가 크고 작다는 개념은 왜소증 장애를 갖고 있냐 아니냐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장애인들이 그렇듯이 이들도 다른 비장애인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그들이 당당하게 사회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는 이들의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던 송해룡 교수이다. 단지 신체가 자라지 않을 뿐, 오히려 머리는 비장애인들보다 더 좋고 심성 또한 착한 사람들이라고 이들을 설명하는 송 교수.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이해해 주고 가족처럼 보살펴주는 송 교수를 󰡐천사󰡑라고 생각하는 한국 작은키 모임(Little People of Korea : LPK)회원들을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작은 나라 사람들
경상대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진료에 여념이 없는 송 교수는 발걸음이 무척 빨랐다. 걷는 중에도 끊임없이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기자도 잰걸음으로 송 교수를 쫓아가 병동에 당도했다. 그곳에서 기자는 하늘 나라의 요정들이 날개를 잠시 접어두고 있는 공간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송 교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반짝 반짝 빛났고, 동행한 기자에게 눈인사를 먼저 해오는 이들의 얼굴에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밝은 웃음이 있었다. 그들은 참 아름다워 보였다.
▲ 작은키 모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은 키에 대해 민감해요. 키로 인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적당한 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키가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소아정형외과를 전공하기 때문에 뼈가 기형으로 자라거나 키가 너무 작은 환자들을 많이 접하게 됐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왜소증은 유전이라 부모와 자식 모두 같은 신체구조로 자라게 되는 경우가 많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동안 왜소증 환자들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숨어살거나 취직을 못하고 서커스를 해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경우가 많았죠. 이런 환경 탓에 왜소증 환자들의 대부분은 생활보호대상자이고 의료보호환자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현실을 접하면서, 이들도 우리 사회에서 당당하게 한몫을 할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도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럴만한 충분한 능력도 있으니까요. 그러던 차에 미국에 작은키 모임(Little People of America : LPA)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작은 키로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의 왜소증 환자들의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작은키󰡑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미국 회원 1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게됐죠. 그들의 생활을 글로 접하면서 󰡐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분명 작은키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작은키󰡑에 대한 관심은 때마침 KBS 󰡐인간극장󰡑에서 왜소증 황씨 4형제를 보고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한국 작은키 모임(LPK)으로 확산됐죠.
▲ 모임 결성은 어떻게?
왜소증 환자들은 신체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 외에는 모든 부분이 정상이에요. 그런데 사회는 그들을 편견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그들의 성, 취업, 결혼 등에 대해 등한시하고 있죠. 그래서 사회가 그들의 영역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만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했죠. 제 바램은 이 모임에 지금보다 더 많은 회원들이 모여 서로의 생활에 대해 조언도 해주고, 협력해서 그들의 권리를 찾아나가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무한한 능력과 잠재력이 있어요.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평등하게 주자는 겁니다.
▲ 가장 어려운 점은?
현재 회원이 160명 있어요. 5천명 정도로 예상하는 왜소증 환자들 대부분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왜소증 환자들을 열심히 찾으면서 모임에 나오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자신의 자식을 외부로 노출시키는 것을 꺼려하는 부모도 있고 자신과 같은 외모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동료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또 한번의 좌절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밖으로 끌어내기가 제일 어렵죠.
LPK 장래를 함께 고민하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제4차 LPK 정기총회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시간, 송해룡 교수는 LPK 대학생 9명, 김현주(아주대병원 유전학 클리닉․LPK 후원회장)교수, 김송현(간디학교․LPK 고문)선생, 신수현(부산장애인 취업알선센터)회장과 토론시간을 가졌다.
한국일보 영자신문에서 일하고 최근에는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서 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김송현 선생은 자신의 사회생활을 얘기하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었고, LPK 대학생 각자는 장래 희망과 꿈에 대해 얘기했다. 여러 번 취업의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을 보아온 김영웅(청강문화산업대학 컴퓨터게임학과 2학년)학생은 󰡒지금은 2학년 휴학중이지만 졸업을 한 뒤 4년제 대학을 편입하고 컴퓨터 관련 벤처회사를 차릴 생각󰡓이라며,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스스로 회사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과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바쁜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긴 발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표정은 하나같이 화난 사람처럼 굳어 있다. 그러나 짧은 다리로 바쁘게 발을 내딛는 󰡐작은키󰡑의 그들은 누구하나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생각났다. 요즈음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들. 신체적 키는 작지만 마음의 키는 비장애인들보다 오히려 더 큰 사람들이 아닐까.